귀소 본능-늦은 여름 억수비 황토물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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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떠나온 한국을 다녀와서-  

귀뚜라미 소리가 더욱 처량하게 들려지고, 온갖 풀벌레들이 한 여름을 아쉬워 하는 구슬픈 노래들로 가을 숲속이 가득하다. 하늘이 높아지고 키큰 코스모스대열이 산들 바람에 하늘거리면서 떠나는 계절을 맴돌고 있다. 무엇인지 아쉬워지고, 무엇인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떠나온 고향도, 친구도 생각 나는 가을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지가 22년째 접어들고 있는데, 기약도 없이 떠나온 한국을 12 년만에 나갔다가 왔고, 다시 10년째, 바쁘게 한국을 1주간 다녀 왔다. 잊혀졌다 할까, 미국물이 들대로 들었다고 할까. 할일을 찾아 바쁘게만 1년에 3만마 일을 달리면서 내게는 새까맣게 잊혀지고 있던 한국이 였다. 미국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한국말도 많이 잊혀져 어즙잖은 표현들이 점잖은 석상에서 튀어 나오고 말땐 남몰래 얼굴을 붉힌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사고구조, 삶의구조,생각 의 틀이 어느정도는 미국식이 어쩔수없이는 되어버린것이 많은것도 사실인것 같았다.

그러나 피는 물보다 짙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 하고 스스로 놀라면서, 서울을 향해 망연해 지는 귀소하는 본능을 핏속으로, 가슴으로 저며보는 <가을 그리움>을 오랫만에 가만히 혼자서 누려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올가을 하늘은 유난히도 푸르고 더욱 드높고 맑기만 하다. 언듯언듯 솟구치는 회상의 눈물이 드라이브길에 차창을 가리우면 누가 볼까봐 하늘을 보면 정처없는 흰 구름, 구름나그네, 어디론가 바쁘게 나와 함께 달려주고 있다.

예정에 없는 전화가 한국 김준곤 목사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한국 간사수련회에 강사로 내일 당장 귀국하라는 명령겸 초청이 었다. 그 어른의 성품을 알기에 부산하게 여정을 꾸리고 한국을 갔다. 

천둥산 박달재 계곡에서 CCC전국간사수련회를 끝내고 계곡을 내려 올때 작대 기 같은 장대 소나기가 몇시간 퍼붓더니 계곡마다 물소리, 층진 논밭에서 넘쳐나는 물줄기, 빗속에 흔들리는 달맞이꽂, 산골 지붕에 올라가는 박넝쿨….그리고는 차도를 가로질러 흐르는 흙탕물, 황토물….그 황토물을 보는 순간에 내핏속에서 같이 흘러 터지는 황토같은 그리움이 늦은 여름 억수비로 내가슴을 헤치고 흘러주었다. 억지로 눌러 버린 조국,민족,고향,친척,친구…서울,한국이 봇물 터지듯 터지고 있었다.

지상에 내민족,내조국이 같은말,같은 얼굴들끼리 모여 살수 있는 나라, 그리고 그이름을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한국이 있다는것이 이상스럽게도 여겨지며, 신기하고,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워 졌다. 서울로 돌아와 시청앞 숙소에서 서울 야경을 아쉬운듯 밤새워 내려다 보고 흘러간 20여년을 돌이켜 보며 상념같은 깊은 그리움과 한없는 감사로 내땅 내나라 내 민족을 생각해 보았다. 특별한 민족,특별한 나라라는 생각을 어쩔수가 없었다. 하나님이 축복 하시고 계심을, 뜻이 있어 세워주고 계심을 역역하게 느껴 볼수 있다. 이세대에 마지막 하나님 나라 전략수행 일꾼들로 쓰시기 위한 준비를 끝내고 계심을 볼수 있다. 그것을 위한 경제 성장이 그렇고, 그것을 위한 교회 성장이 그렇고, 그것을 위한 국제 위상이 그렇다.그것을 위한 교육열이 그렇고, 그것을 위한 억척 같은 민족성이 그렇다. 좋지 못한것이 많을 지라도…

내게는 따지고 보면 특별하게 고향이랄만 곳이 생각나지 않는다. 일제 수탈후 가난한 한국 농촌에서 나서, 쫒겨가다 시피 간 만주벌판에서 유년시기를 보내고, 해방후 한 많은 두만강을 건내고, 목숨걸고 38선을 넘어 다시 서울에서 내 은사, 스승을 만나 내 의식이 예수로 깨어나 다시 미국 대륙에서 22년째, 그러고 보면 꼭 돌아가야할 고향, 그리워해야 할 뒷동산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지구는 둥근 공 이라서 선곳이 중심이고, 선곳이 세상 끝이고 보면 발붙히고 사는곳이 고향뒷 동산일수 밖에 없고, 요새 같은 세상에 서울-뉴욕이 교통시간으로 보면,옛날 강릉-서울 야간열차 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고 전화가 있고, 팩스가 있고,위성 중계 TV가 있는 세대에 짐짓 돌아 가야 할 고향산천은 꼭 있어야 하는것인지 는 모르겠다. 서울에 차가 많고,한국이 잘살게 되어서가 아니라, 서울가서 고향같은 조국이 사랑으로 되살아 온것은 내게 그리워 할것을 그리워 할줄 알게 한, 한국에서,한국사람으로 주님을 만났던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20년을 꿈속에서 보낸 립반.윙클이 되어 황성 옛터를 돌아온듯,덕수궁 돌담길 도 정겹게 걸어보고(비를맞으며) 옛날 명동 충무로 CCC회관을 찾아 보았다. 전세금이 없어 쫒겨나야 했을때 빚을 얻어 주던 사모님도 생각나고,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후원금이었는데, 김정재사장사무실로, 수도사대 주영하학장 사무실로 헌금받으러 다니던일, 비만 오면 물이차 습기찬 묵정동 굴속 같은 회관, 영락 교회앞에 저동 회관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 내리며 꿈에 부푼 멧세지를 듣고 웃고 울었던 감격의 그때를 그리며, 그때 그사람들을 그리워 한 다.

부모님 묘소에 불효스럽게, 처음으로 낫을 들고 풀을 깎아 드렸다.진분홍 빨간 꽃과 흰국화꽃을 심어드렸다. 내피,내살, 내얼굴, 내언어 한국인임을 그리고 어 디서 나온곳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금 같은 내인생을, 예수로 후회없이 살게 가르쳐준 내삶의 은사, 스승, 김준곤 목사님. 그분이 내게 그리워할 친구 예수를 가르쳐주고, 내 황량했던 마음밭에 그리워할수 있는 나라, 하나님 나라의 꿈을심어주고, 비젼을 내의식 깊이 깊이 일꾸워 주신 그 스승의 사랑과 은혜 가 바로 고향산천 뒷동산에 가득함을 보고 왔다.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양지에 외롭게, 비바람에 스치우며 서있는 이름 모를 비목..그리움 마디마디 이끼되어 서있는 비목..그 옛날 초동 친구 그리워 그리워>.외롭게 서있는 비목같은 선구자, 목사님 모습에 나를 투영하며 다시 한번 그때 그모습을 맑은 하늘에 그려본다. 비구름 걷힌후 들어난 높은산의 위용으로, 풍진 떨치고 돌아온 야전사령관의 당당한 모습으로 더욱 귀하게 더욱 소중한 스승으로 돋보이는 목사님. 그때 누가 감히 민족의 예수 혁명을, 그 때 누가 감히 민족 복음화를, 그때 누가 감히 순의 비젼을 이야기 할수 있었 던가. 훗날 누군가가 교회사를 바로 쓴다면 이 사실을 묵과해서는 안 될것이다. 그때 우리는 분명히 교회사의 4.19같은 민족의 예수혁명을 일으켰었고, 잠든 교회들을 흔들어 깨우며 생태학적인 교회체질개선을 촉구하는, 민족을 복음화 하는 제물이 되었다. 그 젊고 고우시던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의 나라를 위한 300여명의 시련속에 정련된 사랑스런 동역 간사들의 불타는 눈동자들속에 깃들인 비젼속에 내 나라, 내 조국, 내고향이 있는것을 보고 왔다. 1995년 5월 세계선교대회(GCOWEⅡ)를 앞에 놓고, 우리의 비젼은 더 욱 선명해 지고, 우리의 쓰임은 변함이 없는것을 우리는 다시한번 확인하고 일어 섰다. 

코끼리도 죽을때는 난곳을 찾아와 죽고, 거북이도 천년을 살고도 난곳으로 돌아와 죽는다. 제철이되면 기러기도 돌아가고, 제비도 돌아 갈곳을 아는것이 생명본능이라면, 우리생명의 근본과 우리 사랑의식과 비젼이 싹튼곳으로 귀소하는 가을이, 그리워 할것을 그리워할줄 아는 가을이면 좋겠다. 친구야,형제야, 우리에겐 조국이 있다. 우리에겐 자랑스런 내민족 내나라 돌아 갈수 있는 서울 한국이 있다. 

그리고 우리에겐 영원히 사모할나라 영원히돌아갈 참 고향이 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있는 영원한 친구 예수가 있다.

< 언제든 가리,마지막엔 돌아가 살으리. 목화꽃이 고운 내고향으로…> 나 비록 오늘도 나룻배와 행인이 되어 비목의 노래를 부를지라도 가슴 뿌듯이 차오르는 감회가 감사로 이가을 텅빈 하늘에 충만으로 가득하다. The best is yet to come. 그렇게 항상 배우고 살았듯이 믿음의 예언적 미래는 항상 현재완료형이다. 

나의 흘러간 20여년을 되돌아 보며, 40년 광야 생활을 마무리 하며, 가나안 약속의 나라를 바라보며 , 느보산 꼭대기에서 ” 나의 반석이신 하나님 , 나의 힘 이신 나의 하나님, 실수가 없으신 좋으신 나의 하나님…” 찬송을 불렀을 모세 를 본다. 참으로 실수 없이 좋으신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이 가을 더욱 웨치고 싶다. 

이 가을, 이유 모를 그리움이 복바치는것은, 드는 철과 함께 깊어지는 예수< 철>이 들어 가야 하는것이기 때문은 아닐까…..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라 증거 하였으니 이같이 말하는 자들은 본향 찾는것을 나타냄이라. 저희가 나온바 본향을 생각 하였더면 돌아갈 기회가 있 었으려니와 저희가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것이라. 그러므로 하나님이 저희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 아니하시고 저 희를 위하여 한 성을 예비 하셨느니라.”  (히11:13-16 믿음으로 어디서나 산 사람들)       

   1992년 10월 8일  뉴욕의 가을하늘 아래서, 

글. 강 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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