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 가다 (김억)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 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 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을 노래하고
바다에니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리 포구 산 너먼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수로(水路) 천리 먼먼 길
왜 온 줄 아나.
예전 놀던 그대를
못 잊어 왔네.
- ‘조선 시단’ 창간호(1929.11)수록.
7.5조를 바탕으로 한 민요풍의 정형시.
주제는 옛 정을 그리는 한국인 특유의 인정미. - 이 작품은 역시 안서의 다른 모든 작품과 마찬가지로 탁월한 시정신이 보이지 않고, 우리말의 리듬에만 반응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