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하는 일에, 하늘 높은 자부심을 갖자 –
폭우로 오물을 씻어내고, 폭풍으로 탁한 공기를 불어버리고 맑은 공기를 숨쉬게 하는 맑게 열린 푸른 가을이 왔다.
미국은 방학이 끝나고, 전국의 국립공원이 닫히고, 바캉스도 끝나고 노동절로 가을이 시작된다. 잘 놀고 쉬었으면 이제 성실한 노동으로 돌아가라는 절기 메시지다. 해야 하는 노동이 없으면 그 사람의 존재의 가치를 잃는다. 자신의 몫을 감당하는 노동이야 말로 생존의 가치와 의미를 주고 삶의 보람을 안겨 주는 것이다.
만핫탄 고층 아파트에서 13년을 살고, 이곳 뉴욕 시에서 15마일 떨어진 조그만 시골 동네로 거처를 옴 긴지 38년째 접어들었다.
한국으로 말하면 전원형의 작은 마을이다. 인구1만을 헤아리는 작은 마을에 이발소가 서 내가 있다.
나는 성질상 한곳에 가면 한곳만 찾는 성격이어서, 38년째 한 이발소에서 한달에 한번 정도 이발을 한다.
이발소 주인은 이탈리아 사람 두형제다. 마리오 와 루~의 형제다. 그들은 6대째 이곳에서 때어나 하이 스쿨을 마치고 이발소를 개업했다. 30년이 넘도록 이 한곳에서 형제가 오순도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발을 한번 하려면 1시간 반을 보통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다른 이발소는 텅텅 비어 있는데 이 두형제가 하는 이발소는 항상 초만원이다. 아무리 시간이 촉박해도 나도 어쩔 수 없이 1시간 두 시간을 기다렸다가 이발을 한다.
원래 타고난 이탈리아 사람들의 미적 감각 패션 감각은 세계를 휘어잡고 그 상품들은 대부분 명품으로 알아주는 국민이다. 이들은 거대한 중장비 산업보다 섬세성의 인간 감각욕구 충족으로 상품, 질(質) 패션하면 이탈리아 제품이라는 두뇌와 질로 세계의 부를 불러드리는 나라다.
마리오 와 루~형제가 운영하는 이발소에서, 18년째 이발을 하면서 나는 미국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들은 도에 지나치게 겉 치래 과잉친절도 없다. 이발소 장비도 현대식도 아니고 쓰는 재료도 미국의 대중들이 쓰는 것들이다.
그런대 왜 이 사람들이 30여년이 넘게 그들의 나이 60을 넘기면서도 동내 이발소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인가?
주(州)에서 자격증을 갖추고 면허증을 걸어 놓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첫째로, 그들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이발 자체를 봉사로 생각하고 그 일 자체를 즐기고 있다. 물론 미국에는 노동 계급적 차별이 없는 나라다.
둘째로, 그들은 그들이 하고 있는 이발에는 자신이 만만하다. 천하에 이발을 날 만큼 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아라는 자세다. 다른 말로 이발에는 프로펫션날 이다.
셋째로, 그들은 그들의 직업을 위해 태어 난 사람처럼 천직으로 알고 돈 수익에 급급하지도 않는다. 다만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틀어놓은 CNN방송에 가끔 고개를 돌려 주가변동에 눈길을 줄 뿐이다.
넷째로, 그들은 당당하다. 이발업이 그들의 최고의 봉사로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사들이 와도 굽실거리는 특별서비스도 없다. 해어컷 15분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시간이다.
다섯째로, 이발소에 가면 동네사랑방이다.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신문 각종 취미잡지가 쌓여있지만 그것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없다. 동네에서 일어난 사건 하나하나가 주 화제 거리고 여론 형성 장이된다.
여섯째로, 미국은 온 국민이 국가경제의 주인이다. 대기업이서부터 소기업에 이르기 까지 국민 모두가 주인이자 기업인이다. 국민 거의가 주식에 투자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경제 지수변동에 한 마음으로 걱정하고 관여한다.
‘더블 딥(소위 주식을 빼가는 현상 이중 침체)’까지 걱정 할 시기는 아니다.
이 마을에 유대인이 절반 이태리계가 절반이다. 유대인은 항상 자기네들 끼리끼리 뭉치고 그들의 불이익에 조금이라도 손해가 가면 벌 떼처럼 모여든다. 지금도 여전히 베니스상인(쉐익스피어작)의 이기적 배타적 이기심을 떨 꾸지 못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는 샤일록이라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가 등장한다. 상인 안토니오는 샤일록에게 기간 내에 돈을 갚지 못하면 그의 살을 일 파운드 떼어 주겠다는 차용증을 써주고 돈을 빌리지만 돈을 갚지 못한다. 법정에 나와 궁둥이 살을 베일지도 모른다는 위기에서, 친구 바사니오의 영리한 처 포사가 살은 가져가도 좋지만 피를 내서는 안 된다는 변론을 하여 결국 위기를 모면하고 샤일록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해피 엔딩을 맞는다.
흔히들 한국인을 동양의 유대인 (The Korean Jew)이라고 악평인지 호평인지 모를 소리를 듣는다. 좋은 면에서는 좋게 들리고 하고 나쁜 면에서는 나쁘게 들린다. 같은 한국인이 잘되는 가게가 있으면 바로 그 앞에다 같은 종목의 한국가게를 열어 서로의 같은 팔을 짜르는 추태를 벌리고 있기도 한다.
지난여름 3년 만에 20여 일간 머물면서 한국시장을 둘러보면서, 또 각종 기업체를 돌아보면서, 또한 도심 속을 헤쳐 드라이브를 하면서 느낀 한국은 이제는 세계적 수준의 서비스 기준을 회복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가지고 왔다. 환경미화원에서부터, 택시기사, 음식점 종업원들의 기상이 달라진 것이다. 좁은 땅에 차량 소통질서도 월드컵을 4강으로 치룬 후 국민의식 자부심이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시간당 봉급을 헤아리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 근로자는 밤을 세고라도 자신의 일은 해내고 마는 사람들이다.
먹구름 폭풍 폭우지난 이 가을에 자신의 하고 있는 일에 로시니 작곡 경쾌한 세르비아 이발사 오페라가 곁들여 울려 퍼지면 좋겠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지금의 혼란의 정국을 헤치 나서 자신의 성실한 열매를 국민 각자가 보기 바란다. 우리 조곡의 가을 하늘 만큼 맑고도 성큼한 정취가 넘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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