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피는꽃 코스모스”
“가을에 피는 꽃- 코스모스”
–올해도 제철에 제자리에 곱게 핀 코스모스를 보며 떠나온 우리한국의 가을 산하가 그리워진다.-
– 마무리를 곱게 하는 코스모스의 아름다움 –
“오매, 단풍 들것네.!” 시집갈 나이 찬 동네 처녀가 물을 길러 아침에 일어나 앞산에 변해진 나뭇잎을 보고 저도 몰래 한숨처럼 스며 나온 말이다. 올해도 나이만 먹고 지나가는 철을 보고 님 못 찾고 넘어가는 철이 아쉬운 것이다.
가을은 생각에 따라 변하는 계절이다. 느낌에 따라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달라진다. 기쁨을 품고 맞으면 풍요로운 황금 들판이 되고, 슬픔을 안고 맞으면 임종을 앞에 두고 둘러앉아 오열하는 이별의 계절이다.
가을은 생명을 아끼는 사람들의 즐거운 방황이다. 가녋어진 햇살로 감싸오는 따스함에 시(詩)가 없이는 오히려 허전해 지는 감촉이 인다. 고독을 느낄 줄 모르는 사람은 인생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일수 있다. 싸늘해진 가을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흐트러진 마음가짐을 바로 잡는 가을이면 좋겠다. 옷장에서 새로 꺼낸 철 바뀐 옷에 나프타린 냄새가 풍기는 산뜻함이 문뜩 어머니의 품속의 사랑에 다시 잠겨보는 그리움의 계절이기도 한다.
가을은 한 인생의 거울이다. 물든 단풍, 익은 감, 벌어진 밤송이 속에 내가 지나온 여름 같은 인생을 간추리며 생각들을 사유해 보는 철든 인생의 고독 속에 비쳐오는 자신의 모습이다.
집안 뜰에 코스모스가 제철을 만난 듯 곱게 피어 반기고 있다. 가을에 피어야 하는 운명이라도 타고 난 꽃이다. 코스모스를 보아야 가을이 온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코스모스는 가을꽃이다. 가을이면 섭섭해진 어느 한구석이 비어 있는 것 같아, 교외로 집을 옴긴 후 맨 처음 한국토종 코스모스를 뿌렸다. 봄부터 피는 미국산 코스모스도 있지만 아무래도 코스모스는 산들바람이 불면서 높고 맑은 가을 하늘아래서 피어야 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누가 그 이름을 코스모스라 하였던가. 떠나온 고국 땅 어디를 가도 우리의 코스모스는 피어 있다. 산에도 들녘에도 길가에도 돌짝 밭에도 척박한 황토밭에도 연약한 듯 하늘거리지만 강인하게 버티고 피어 있다. 어린 시절 국민학교 교정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그리워진다. 코스모스는 그때 여선생님을 생각나게 하고 섬 마을 섬 색씨를 연상하게 하는 아련한 그리움을 품고 있는 꽃이다.
봄철 싹이 틀 때는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이 떡잎 두개가 난다. 아무 곳이나 떨어진 곳이 코스모스 고향이 된다. 돌 틈을 비집고, 아스팔트 틈새에도 떨어진 곳에 뿌리를 내린다. 다른 꽃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제 모습을 뽐내지만 봄도 보내고 여름도 참고 있다 겨울이 오기전 한 생명의 철을 마감하는 시간에 맞추어 활짝 그 모습을 들어낸다. 늦게 피었다는 자책감도 없이 그것을 오히려 당당하게 뽐내는 듯 하늘을 향한 높은 기상이 슬퍼진 가을 하늘을 찌른다. 코스모스 없는 가을을 생각할 수 없다. 코스모스는 어쩌면 우리 민족의 강인하고 끈질긴 성격 같기도 하다.
<울밑에 선 봉선화>의 일제의 운명도 있었고,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저리도 울었나 보다>의 피 맺힌 자유의 해방과 민주화의 탈바꿈이 있었다. 기다렸다가 기다렸다가 오랜 인내 끝에 피어 내는 꽃, 그래서 가는 세월의 마지막을 한껏 아름답고도 당당하게 장식하는 꽃이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그 모습을 볼 때 스스로 뽐내는 것 같지도 않는 꽃이다.
늦가을까지 버티는 백일홍도, 따리아도 모든 꽃들이 미리 지고 말지라도 끝까지 버티고 있다가 무서리를 맟고서야 쓰러지는 꽃, 최후를 장식할 줄 아는 꽃이다.
우리 집안 뜰에 코스모스가 있는 행복을 누가 알아 줄 것인가?! 한국토종 코스모스가 우리동네 아스팔트 틈새에 피어 있다. 유대인도 이태리사람도 흑인도 아이러쉬도 이 꽃을 유심히 보고들 간다
온실이 발달하여 사계절 꽃들을 피우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가끔 계절의 혼동과 더불어 정서의 혼란까지 몰고 온다. 제철에 떨어진 곳에서 자랑스럽게 계절의 마지막을 피우는 코스모스를 보면서 오는 세대의 우리민족의 세계화의 도약을 기원하는 가을이다. 그리고 그 꽃처럼 우리들만의 긍지와 오는 세대를 열어 보이는 새로운 비젼도 본다.
모윤숙 씨의 <코스모스와 병사>라는 시구가 생각나는 가을꽃이다. 전선에 나간 병사의 가슴에 코스모스 씨를 한 움큼 넣고 갔다. 그가 조국을 위해 어느 이름 모를 계곡에 죽어 흙이 될지라도 그가 죽은 곳에 코스모스를 피우고 싶은 병사의 마음이었다.
미리 앞당긴 온실문화의 홍수 속에 우리는 지금 혼동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올해도 제철에 제자리에 곱게 핀 코스모스를 보면서 떠나온 우리한국의 가을 산하를 그리워한다.
삶의 의미를 칡뿌리처럼 씹어보는 가을, 한 인생의 견고해진 가을 고독을 고고한 코스모스 속에 보고 싶다.
글.강용원
에헤라, 친구야
노래.박은옥.정태춘
에헤라 친구야 박꽃을 피우세
초가집 추녀에 박넝쿨 걸고 박꽃을 피우세
에헤라 친구야 안개속을 걸어보세
새벽잠 깨어난 새소리 들으며 안개속을 걸어보세
에헤라 친구야 하늘을 바라보세
맑은 날 새 아침 흰 구름 떠가는 하늘을 바라보세
에헤라 친구야 피리를 불어보세
저 언덕 너머로 양떼를 몰며 피리를 불어보세
에헤라 친구야 노래를 불러보세
해지는 강가에 빨간 노을 보며 노래를 불러보세
에헤라 친구야 창문을 열어보세
까만 하늘 아래 쏟아지는 별빛, 창문을 열어보세
에헤라 친구야 내 꿈은 하늘이라
거칠은 바다를 포근히 감싸는 내 꿈은 하늘이어라
에헤라 친구야 내 꿈은 구름이라
파란 하늘아래 한가로이 떠가는 내 꿈은 구름이어라
에헤라 친구야 내 꿈은 바람이라
하늘과 땅사이 뜻대로 오가는 내 꿈은 바람이어라
에헤라 친구야 내 꿈은 꽃잎이라
밤새 이슬먹고 햇살에 싱싱한 내 꿈은 꽃잎이어라
에헤라 친구야 내 꿈은 사람이라
착하고 해맑은 맘속에 피어난 내꿈은 사람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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