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의 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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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호

우리 1기생들이 고2 때였다. 당시 우리를 지도해주시던 강용원 선생님께서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경기도 ‘입석’에서 요양하고 계셨다.

선생님의 안부도 궁금했고, 인사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몇 명이 입석으 로 가기로 했다. 그때가 아마도 한여름 방학 무렵이었을 것이다. 하필 그날 비 가 후드득 뿌리고 있었다.

당시에는 고교생들은 딱히 외출복이라는 것도 없었다. 모두 교복을 입고, 모 자를 쓰고 모였다. 5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남학생 3명과 여학생 2명이 었나?) 시외버스정류장이 근처였을 텐데, 동대문 쪽이었을 것이다.

‘입석’이란 곳은 물도 맑고 공기가 좋은 곳이었다. 우중에 뜻밖에도 제자 몇 명이 들이닥친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너무 반가워하시며, 두 팔 벌려 우리를 맞아주셨다. 아마도 생각지 못한 일이라, 많이 반가우셨던 것 같다.

선생님이 계신 곳은 시골의 자그마한 집이었는데, 마당에는 몇 마리의 닭과 병아리들이 땅을 쪼아대고 있었다. 아마도 당시에는 선생님의 모친께서 선생님 건강을 뒷바라지하고 계셨던 던 것으로 보였다.

재잘재잘. 왁자지껄 수다도 떨고 모친께서 준비해 주신 식사까지 대접받았 다. 말이 병문안이지, 우리에게는 어쩌면 여름철의 나들이였을지도 모른다.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데, 비가 너무 세차게 퍼부었다. 선생님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돌아가는 버스로 향했지만, 개울물이 너무 세차게 흐르고 불어나서 버 스가 건너가기가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선생님은 어찌해서든 제자들을 안전 하게 보내고 싶어서, 밧줄을 잡고 손전등을 들고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신 것이 기억에 생생하다. 밤이 늦어지니.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하셨나 보다. 선 생님은 우리 5명을 다시 집으로 데리고 가셔서 하룻밤을 묵게 하셨다. 다행히 다음날 비가 그쳤고. 선생님은 당신 병아리들이 무사히 버스에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시고 돌아가셨다.

내가 ‘입석’ 방문으로, 특히 기억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있다. 점심이었는지, 저녁이었는지, 우리들 식탁에 닭백숙이 올라왔던 일이다. 그것은 아마도 선생 님의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서 마당에서 키우시던 씨암탉을 잡으셨던 것이었으 리라. 이런 사실도 후에야 깨달았으니, 그 때의 우리는 철부지나 다름없었다.

강 선생님과 우리 1기들의 인연 중 잊히지 않는 추억 한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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